거리 두기 완화 후 기지개도 잠시 '이태원 참사' 직격탄
기한 없는 중단·연기 줄 이어...일방 통보에 보상 전무

공연·행사업계 한숨이 또다시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이후 기지개를 켜는 것도 잠시,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로 공연·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달 31일 서울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인 5일 밤 12시까지 18개 시군 11월 문화예술행사 29개를 취소·연기·축소했다.
공연·행사업계 종사자들은 국가 애도 기간 내 취소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공연·행사업계에 일방적으로 통보 또는 강요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계약 파기나 취소 관련 보상은 없어, 업계 종사자들은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국화축제장인 마산해양신도시 입구에 서울 이태원 참사로 문화공연을 모두 취소한다는 펼침막이 설치돼 있다. /김구연 기자

무용 분야 종사자 ㄱ 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애도가 먼저라 행사 연기·취소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와 별개로 다른 상황과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소규모 또는 청년 예술단체들에 공연 1건이 곧 생계 또는 경력과 직결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문제는 국가애도기간 5일 이후로도 취소·연기가 이어진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ㄱ 씨는 공간 대여, 행사 제작진 재고용 일정에 차질이 있으면 앞으로도 취소 분위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행사를 주최하는 한 단체 관계자는 "11월 초로 기획한 야외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면서 "11월 한 달 동안은 특별 행사 등을 계획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ㄱ 씨는 "코로나19, 그리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것은 너무 마음 아프지만, 이럴 때마다 공연·행사업계에 통보식으로 취소하고 이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 방식이 올바른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ㄴ 씨는 20년 가까이 경남에서 행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ㄴ 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한 행사 주최 측한테서 1일 예정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연기된 행사는 애도 기간 2건이었다. 매출액은 총 4000만 원이다.
ㄴ 씨는 "무기한 연기라지만 거의 취소라 보면 된다"며 "직원들이 행사 준비에 구슬땀을 흘렸는데 보장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도기간 이후 행사도 마찬가지다. 7일 예정된 행사도 주최 측이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연락해왔다. ㄴ 씨는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며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보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3일 마산국화축제를 기념하는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합포구 마산해양신도시 보도교 인근 3.15해양누리공원 공연장에는 이태원 참사로 문화공연을 모두 취소한다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구연 기자

공연산업 전문가 ㄷ 씨는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 공연이 취소·연기되는 것은 당연하고 그 분위기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다만 취소했더라도 주최 측이 공연·행사 업체와 종사자에 계약금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애도 기간 이후 공연예술·행사를 꺼리는 분위기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분간 공연·행사 장소에도 애도 공간과 추모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며 "무턱대고 공연·행사를 계속해서 취소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종길(39) 씨는 진행자로 각종 행사 무대에 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야외 행사는 거의 없다가 올해 추석부터 다시 일하던 터였다. 그 역시 행사 2건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 애도 기간은 지났기에 다시 행사 무대에 오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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